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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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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sodayeong 2020. 4. 2. 23:08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아닌지

  현대 사회는 낙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낙인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인데, 존엄의 개념은 낙인 된 사람들의 불명예스러운, 부끄러움으로 치부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으로 정상인과 낙인자의 이질적인 만남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정치인, 고아에게 키스하는 연예인을 예시로 들자면 '사회'를 대표하여 '소외된 이들(낙인자로 보는 시선)' 에게 아무런 편견도 갖고 있지 않음을 어필한다. 하지만 이는 정상인들이 낙인자들의 몸을 함부로 터치할 수 있다는 대상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관계의 불평등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물론 선량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필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항상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주체가 아닌, 베풀고 있는 나눔이 낭비된 요소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도 있으며 낙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정상인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나는 당신과 동등한 존재'라 말할 수 있는가. 이 상황을 눈치 보고 어려워할 상황을 알아서 피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도 있다.

 

 

 

 

차별로 환대받지 못하는 이들

도브 유색인종 차별 광고

  백인(이하 갑)은 흑인(이하 을)을 멸시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뚜렷한 사회가 존재했었다. 흑인은 짐 크로 법에 의해 '분리되어 있지만 평등하다'란 주장으로 흑인들은 정문이 아닌 뒷문을 사용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백인의 입맛대로 차별받아왔던 것은 물론이며 더러움으로 취급되었다. 음식은 더러운 형체가 아니지만 침대에 엎은 음식이라면 말이 달라지는 것처럼 흑인은 백인이 만든 바운더리 안에서는 더러움을 지닌 깨끗한 도구로도 사용됐다. 흑인은 백인이 준 제복(하얀 앞치마와 모자)를 입으면 깨끗한 더러움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백인 아이에게 흑인의 젖도 물릴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든 바운더리에 한에서는 주인 있는 도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https://unsplash.com/photos/IBaVuZsJJTo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조선'은 현실 속에 있는 지명이 아니다. 한일 병합으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본 국적을 갖은 사람들을 이제 와서 자국과 분리하기 위해 만든 지명으로, 외국인 등록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일본에서의 성원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엄포였으며 자국민들과의 성원권 차별 두기 위한 도구로 택한 것이다. 인간(사회에 딛기 전)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자격으로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그 사회에서의 성원권이 부여된다. 이는 자연히 주어지기도 함과 동시에 내가 존중받는, 그 사회의 공간에서 평등해질 권리 또한 동시에 부여받게 되지만 보장받지 못했다. 지금 나는 유색인종, 국적 없는 재일 조선인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만 추후 더 미래로 간 상황에서도 이런 말을 설명하게 되고 있을까. 그렇지 아니하길 바란다.

 

 

 

 

 

나도 꽤나 편협한 사람이다

  나도 꽤나 편협한 사람이다. 하나가 아니면 계속 아니라 생각하는 성격 때문인지 한 번 생각을 잡을 때도 남의 의견보단 내 의견을 생각해보고,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는 편이다. 그 이유는 타인과 대화할 때의 주제를 백 퍼센트 받아들여 고립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식화 된 사고의 전말은 차별을 만들고 긴 역사로 이어지 진다. 한 번 굳힌 도식화된 사고를 바꾸긴 어렵지만 단순한 차이가 된 차별이 점점 허물어졌으면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며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리기 십상이다.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고만큼은 죽을 때까지 생각해야 하는 과제인 것 같다.

 

 

 

 

 


좋은 책을 읽었다.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 를 읽는 건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오래 걸렸다.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책 읽기를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고, 다시 생각하고 읽으려 접어둔 페이지도 많다. 사람은 어떠한 장소에서 만나 인간관계를 이루고 이 관계는 언제나 환대받아야 하는 이유, 페미니즘, 선량한 차별 등에 대한 내용도 읽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죽음 등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의 주제도 많아 흥미로웠다. 더 많은 부분을 정리하면서 보고 싶은데, 그것 보단 한 번 더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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